지혜를 열어주는 금강스님의 법문 1 

글로 보는 법문

신문컬럼우리는 서로의 스승입니다

무상지박보현
2023-12-30
조회수 314

[경향신문, 사고와 성찰]


“돌아가신 큰스님과 행동이 같아”
어릴 적 들은 말이 큰 울림이 돼
티베트 스님들이 환생한 스승 찾아
번갈아가며 가르침을 주고받듯
가까이 있는 사람이 곧 나의 스승


예전 스님들은 겨울 동안거 공부 기간을 마치면 철새들처럼 여름 하안거 때 살 곳을 찾아 이동을 합니다.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마을사람들을 만나 여러 근심걱정도 들어주고, 가족들이나 마을의 크고 작은 일들을 상담하고 지혜를 전하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눈에 띄는 특출한 아이를 만나면 다음 세대의 스승을 만들기 위해 부모의 허락을 받고 산으로 데려가는 일이 종종 있었습니다.


금강 스님 중앙승가대 교수

금강 스님 중앙승가대 교수


어릴 적 시골집에 한 스님이 찾아와 탁발하고 가면서 제 부모님께 한마디 툭 던지고는 산으로 올라갔습니다. “몇 해 전 큰스님이 돌아가셨는데 이 아이 하는 행동이 똑같습니다.” 귓등으로 들은 한마디가 내 삶을 고귀하게 생각하는 오랫동안의 울림이었습니다. 절집에 와서 보니 나와 같이 탁발승들에게 세속수명이 짧다거나 하는 말을 듣고 어린 나이에 입산한 스님이 몇 분 있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하늘길이 끊어지기 전에는 매년 인도의 다람살라를 찾아갔습니다. 달라이라마의 법문을 듣기 위해서입니다. “나도 공부합니다. 반야심경의 공(空)을 공부하기 위해 40년을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이 경전은 스승으로부터 배웠습니다.” 바로 옆에는 공교롭게도 환생한 마흔살의 링린포체가 나와 함께 법문을 듣고 있었습니다. 전생의 링린포체는 14대 달라이라마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준 스승입니다. 35년 전 다섯살이던 환생 링린포체를 한국에서 만난 적이 있었는데 이제 의젓한 스승의 공부를 하고 있었습니다. 서로 번갈아가면서 한생의 스승을 이어받고 있는 장면에서 묘한 감동을 받았습니다.

티베트 스님들이 환생한 달라이라마를 찾거나 린포체(라마의 전생)를 찾는 행위와 우리네 눈 밝은 스님들이 마을에서 탁발하며 인재를 찾는 모습이 닮았습니다. 다음 세대를 맡길 훌륭한 스승들을 찾는 행위입니다.

나에게도 나를 떠나서 나를 볼 수 있는 계기가 있었습니다. 스님들과 함께 선원에서 참선할 때의 일입니다. 내가 내 안에 갇혀 있을 때는 20명 가운데 부러움의 대상도 있고, 닮고 싶은 대상도, 싫어하는 대상도, 눈에 들어오지 않은 대상도 있었습니다. 문득 내가 만든 나의 관념을 떠나니 하나하나의 사람과 사물이 있는 그대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관념에 의지하는 것이 떨어지고, 서로의 연관성을 깊이 알게 되었습니다. 그때서야 비로소 가까이 있는 사람이 스승임을 알아차렸습니다.

10년 전 틱낫한 스님으로부터 특별한 당부를 받았습니다. “일주일에 하루는 게으른 날을 만드세요. 그리고 함께 일을 나눌 수 있는 스승들을 찾는 일도 중요합니다.” 누군가 부탁하면 거절 못하는 성격과 약속을 생명처럼 여기는 마음에 혼자서 동분서주하던 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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